공유기가 무얼 하는 장비일까?

 

IPv4 주소

 

32비트로 표현되어 4,294,967,296(2^32)가지의 고유 주소를 표현할 수 있는 IPv4 주소는 전 세계에서 나누어 쓰기에 부족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IETF에 1981년에 기술한 개념입니다. 세상에 컴퓨터가 43억대나 있지 않으니 잘 나누어 쓰면 참 좋겠다 라는 굉장히 안일한 생각으로 전 세계에서 표준으로 사용중입니다.

 

심지어 주소가 많다고 생각해 대역을 나누어서 어떤 주소는 연구용, 어떤 주소는 특정 용도를 위해 예약 등으로 할당해두기도 했죠. 하지만 전세계 인구가 70억에, 한 사람당 장치가 2개씩 있고, 심지어 이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한 장치들 마저도 네트워크 주소가 있으니 IP를 관리하는 IANA(Internet Assigned Numbers Authority)는 충격에 빠집니다. 실제로  2011년 4월 이후로는 IPv4 대역에서는 새로운 IP를 받을 수 없는, IP 고갈 상태입니다.

 

그럼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 될까요?

 

극단적인 예시로, 200명이 사용하는 집에 공인 아이피를 하나만 주고 그 내부에서는 안에서만 알아볼 수 있는 주소를 줘버리면 어떨까요?

 

NAT

 

NAT는 공유기의 위의 내용의 핵심입니다. 

 

마치 33m² 면적의 땅에 한명이 살기 적합하지만 200명이 살아야 하니, 그 위로 200층을 쌓아서 아파트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럼 내부에서는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101호, 201호... 20001호로 내부에서만 알아볼 수 있는, 다른 건물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주소(이 건물의 101호와, 다른 건물의 101호)가 생기게 되겠죠. 이렇게 여러 사람을 하나의 IP에 가두는데 성공함으로써 IPv4의 수명은 연장되었고 고갈 되었지만, 당장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정말 예전으로 돌아가서 초기의 인터넷 공유 기술은, 간단했지만 느렸습니다. 더미 허브라고도 하는 이 단순한 장치는 여러 장치들을 하나의 허브에 묶어두고, 그 안에서 어떤 장치가 허브로 신호를 보내면 연결된 모든 장치가 복사된 수신하는, 전기적인 장치였습니다. IP를 관리하는 장치 입장에서는 하나의 포트에서 여러 장치가 활동하는 것 처럼 보이니 IP주소도 각각 받거나 설정하게 되고 하나의 인터넷 선만 끌어와도 여러 장치가 즐거울 수 있지만, 하나의 선을 공유하게 되니 연결된 장치 수 대로 속도는 1/n로 나누어 사용하게 됩니다.

 

이제 복잡하고 강력한 NAT 기술을 알아보도록 할까요?

 

두 친구가 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집의 주소는 a.a.a.a입니다. 방은 따로 쓰니 1호, 2호로 나누죠

건너편에도 집이 있습니다. 그 집은 b.b.b.b 이고 세 친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1호,2호,3호 로 나누어지겠네요.

 

이 a.a.a.a 라는 주소는 전 세계에서 단 하나만 있는 주소입니다. 어느 곳에 있어도 주소만 있으면 건물을 찾을 수 있죠. 그런데 1호, 2호, 3호는 두 집만 보아도 이미 겹치는 주소입니다. 1호라는 주소를 가지고는 어딘가로 갈수가 없을거에요.

 

이 집은 이제 공유기가 될 것이고 공유기는 단 하나만 있는 주소, IP주소 중에 공인 IP를 할당받습니다. 그리고 공유기는 할당받은 주소를 중간에서 중계합니다. 내부의 장치들에게는 내부 네트워크 주소에 속하는 1호,2호. 즉, 192.168..로 시작하는 내부에서만 쓰는 주소를 제공해서 마치 장치가 공인 IP 주소를 할당받은 것처럼 동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공유기의 가장 중요한 기능 두가지가 되겠습니다.

일정 범위 안의 장치들을 같은 네트워크에 묶어 내부 네트워크에서의 사설 IP 관리

외부에서 받은 공인 IP의 대행을 통해 내부 네트워크 장치로 하여금 인터넷에 접근하도록 도움

 

즉, 사설(내부) IP 관리 및 공인 IP 중계 하는 장치가 바로 공유기입니다.